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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이재성의 나무 가구 본문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그를 만났다. 가회동 대장장이 화덕 피자집의 주인장이자 대장장이인 이재성.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피자집 옆 주차장을 개조해 자신만의 가구 갤러리를 만들었다. 자신의 전공인 철과 조합한 나무 의자나 테이블부터 순수하게 나무로만 완성한 벤치와 의자까지. 아마추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완성도 있는 가구들이 그만의 색깔로 어우러져 있다. 지인들의 모임장소이자 단체 손님을 위한 공간으로도 대여가 된다는 갤러리. 참 볼 것 많고 이야깃거리 많은 공간이다. 이틀 전 유럽의 대장장이 컨퍼런스를 마치고 돌아온 그와 함께 가회동 갤러리와 삼청동 작업실을 분주하게 오갔다. 피자집 사장님이기에 앞서 대장장이이고 디자이너인 그는 최근 철과 나무의 본격적인 조합을 통해 새로운 작업 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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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금속공예를 전공했고 1995년부터 6년 동안 최가철물의 디자이너로 일했다. 많은 스케줄과 사회 생활에 지칠 때쯤 일을 그만두고 휴식을 겸한 나만의 작업실을 연 것이 2001년 일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길을 가고 싶다는 생각에 작업장을 열었다. 조명, 철 대문, 철 난간, 콘솔, 가구 등을 만들었다. 쉬듯이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삼청동으로 왔다. 당시만 해도 삼청동은 너무나 조용한 장소였다. 그렇게 천천히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지인의 권유가 있었다. 금속공예 작가들은 불을 다루기 때문에 조그만 가마에서 무엇을 구워내는 일은 바로바로 된다. 그 광경을 보던 지인이 피자집을 해보라고 권유한 것이다. 당시 묵직하고 기름진 피자에 대해 안 좋은 기억뿐이던 내가 정말 맛있는 ‘고르곤졸라’를 맛보고 나서야 해볼 만하단 생각을 했다. 불을 다루는 일이니, 요리를 배워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래도 난 여전히 대장장이고 가게일이 없을 때는 항상 작업장을 찾는다.
삼청동에 자리한 대장장이 이재성의 작업 공간. 작은 가마와 거대한 철 테이블, 세월의 흔적을 담은 갖가지 기물과 도구들이 자유롭게 노닐고 있다. 방치에 가까운 마당의 나무들과 대장간의 모습이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금속공예를 전공할 때부터 공방 생활보다는 건축 작업 같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작업을 하고 싶었다. 스케일이 큰 건축 요소 작업을 하면서 가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갤러리를 만들기 전에는 가게에서 쓰는 가구처럼, 실제로 내가 쓰는 가구 위주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가구 만들기를 익혀가고 있는 중이다.
디자이너 생활을 할 당시 지인의 소개로 자개를 다루는 장인을 만났었다. 처음엔 그 목수 선생님을 가끔씩 찾아뵈며 이런저런 일을 도와드리고 기초적인 것들을 배웠다. 최근 들어서야 난이도 있는 작업을 막 시작하게 됐는데, 여전히 배우는 단계다. 나무와 철은 전혀 다른 재료지만 결국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껴서 시작하게 됐다. 물론 나무뿐 아니라 패브릭, 가죽 등 다양한 소재도 내 가구의 재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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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리의 공간 안에 쓰이던, 이야기를 가진 물건들이 다시 사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소용이 없어진 재료들을 찾아서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나에게 디자인은 새롭게 만들어내는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개념이다. 폐교에서 걷어 온 마루나, 창틀을 변형한 조명처럼 대장장이 화덕 피자집에서도 실제로 그런 작업들을 사용하고 있다. 버려질 재료나 소외됐던 물건들을 새롭게 되살리고 싶다. 난 쓰레기장과 폐품처리장을 다니며 고물을 사들이고 있다. 세월을 가진 이 고물들은 나의 가장 중요한 작업 재료들이다. 사람이 남긴 흔적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거기엔 어떤 치장도 필요가 없다. 그 아름다운 물건들이 버려진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창틀을 이용해 만든 샹들리에가 독특한 무게감을 만드는 대장장이 이재성의 갤러리 공간. 그의 철 작업과 가구 작업이 자유롭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서로 전혀 다른 재료이긴 하지만, 금속을 다뤘기 때문에 재료에 대한 접근에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가공을 하지만, 비슷한 점들도 있고. 예를 들어 갤러리에 손으로 순수 깎아 만든 나무 벤치의 등받이 살은 금속을 이런 과정으로 만들자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 철을 다뤘기 때문에 가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빨라진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일까. 특히 고도의 테크닉은 스스로 터득해야 노하우가 생기는 것들이 많아서, 오랜 시간 작업을 통해 배운 테크닉이 나무 작업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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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조금 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어서 철과 궁합이 잘 맞는 재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철은 재련하면 더 재료가 강해지고 좋아지는 데 반해 나무는 재료가 재산인 것 같다. 재료의 선택부터 작업의 시작이 되며, 좋은 소재에서 좋은 작업이 나오더라. 지금 날 목공예와 연결지어 설명하기엔 너무 부족한 부분이 많다. 난 대장장이란 사명감을 갖고 더 많은 작업을 하고 싶다. 작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해보고 싶다. 나무 작업도 그 과정 중의 하나다. 내가 피아노를 배우는 이유마저도 작업에 필요한 리듬감과 유연성을 익히기 위한 것이다.
두 일 모두 긴장과 균형을 유지하고 싶다. 궁극적인 계획은 나만의 작업을 보여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큰 한옥을 개조해 한쪽에서는 서양식 피자를 맛볼 수 있고 한쪽에선 나의 철 작업, 디자인 오브제 등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 그곳에서 작업의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고 체험하는 것. 한옥의 문화를 배우는 곳. 다양한 장르가 연계된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다.
곽소영
[OGTITLE]대장장이 이재성의 나무 가구[/OG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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