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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리뷰

유쾌한 컬렉터의 그림 같은 집

엔터PR 2024-04-19
보기만 해도 배부른 오디오 시스템과 위트 넘치는 작품들로 기분 좋은 공기가 흐르는 집을 만났다. 디자인과 아트의 결합을 통한 시각적 경쾌함이 돋보이는 엔지니어 이규봉의 복층 아파트 문을 두드렸다.


왼쪽 모나리자 그림이 걸려 있는 문은 침실로 들어가는 입구. 빨간색 수납장 밑에 있는 숨겨진 버튼을 누르면 슬라이딩으로 문이 열리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소품의 역할을 하는 아비치 자전거와 강석현 작가의 로봇 시리즈 작품이 의외의 어울림을 보여준다.
오른쪽 레드 제플린과 핑크 플로이드를 좋아하는 록 마니아지만 재즈, 클래식, 가요도 즐겨 듣는다. 3가지의 다른 음색으로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거실은 음 손실을 막기 위해 특별히 신경 써서 레노베이션했다. 벽체에는 사운드 튜닝제를 시공했으며 단열과 차음 성능이 우수한 경량 콘크리트 블록으로 마감했다. 바닥에는 고무 패널을 깔고 일반 마루재로 마감해 최상의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미술과 음악, 예술을 사랑했다. 미대에 가고 싶었지만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부모님의 반대 때문이었다. 졸업 후 정밀전자부품 회사를 차려 고속전철 TGV에 들어가는 부속품을 만들어 수출했고, 국내에서는 아직 시판되지 않은 아이폰의 방수 스티커를 만들어 특허도 냈다. 그야말로 소위 잘나가는 엔지니어의 승승장구 스토리다. 예술을 사랑한 젊은 시절의 로망과 엔지니어의 현실은 따로 또 같이 공간 속에 녹아들었다.

"복층 구조 아파트예요. 주택 같은 느낌이죠? 직접 설계를 했는데 제 라이프스타일을 100% 반영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정밀 설계를 해왔기 때문에 공간 설계를 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하지만 시공을 해준 후배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완벽을 기했기 때문에 공사 기간만 무려 5개월이 걸렸어요.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과 싸워가며 만든 (웃음) 미니멀한 공간을 좋아하지 않아 아기자기한 유럽식 구조를 택했고, 미로 같은 형태를 좋아해 숨어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 위트를 더했습니다."


1 이규봉 씨와 애견의 모습. 소파 뒤쪽으로는 LP와 CD를 수납한 콤팩트한 벽장을 제작해 배치했다.
2 아크릴 5만 조각을 패치워크해 만든 웅장한 창문은 3개월 동안 공들여 완성했다.
3 기다란 복도 가운데에는 침실이 자리하며 양 끝으로는 욕실과 파우더룸이 있다. 이케아에서 구입한 오렌지색 수납 박스에 이름을 붙여 물건을 찾기 쉽게 정리한 센스가 엿보인다.
4 2층에 자리한 작은 거실에는 그의 컬렉션 중 하나인 리슈 로봇들을 전시했다. 벽으로 보이는 빨간색 수납장은 맞춤 제작한 것으로 문고리를 달지 않아 군더더기가 없다.

넓은 평수의 복층 구조이지만 이 집에서 침실은 딱 하나다. 나머지 공간들은 취미와 관련한 오디오룸이나 녹음실 등의 엔터테인먼트에 충실한 개방감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공간 전체는 아이보리 벽으로 마감한 후 레드와 블랙, 오렌지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여기에 편안하고 부드러운 소재인 우드를 매치해 내추럴하면서도 경쾌한 분위기를 동시에 낼 수 있도록 했다.

공간 곳곳마다 컬렉트한 작품과 소품을 배치해 갤러리에 와 있는 듯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집의 백미는 단연 오디오룸. 200kg의 레일을 달아 복도와 분리되도록 만든 오디오룸 겸 거실에는 오디오 마니아들의 로망인 3가지의 다른 음색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또한 비밀 공간을 컨셉트로 만든 침실은 버튼을 누르면 슬라이딩으로 문이 나타나는 위트를 담았다. 드럼을 들여놓은 범상치 않은 규모의 스튜디오는 전문 녹음실 구조로 구성했으니 이만하면 남자들의 워너비 하우스다.


1 주방 안쪽에서 바라본 모습.
2 희귀한 미니어처 자동차 수집도 취미 중 하나다.
3 퀴드 오디오 234 시스템과 디터 람스의 턴테이블, 빈티지 뱅앤올룹슨으로 장식한 공간.
4 강석현 작가와 콜라보레이션한 오디오 시스템. 오디오의 내부 시스템을 설계했을 뿐 아니라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미니 쿠퍼'의 독일 본사의 승인을 얻어내 '미니'의 로고를 단 제품으로 탄생시켰다.

자신의 취향과 기호에 충실했던 삶과 도전은 새로운 스펙트럼을 낳았다. 강석현 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오디오를 양산해낸 것. 로봇처럼 코믹한 옷을 입은 오디오 내부 시스템 설계는 물론 그가 맡았다.


1 CD와 DVD의 크기에 맞게 제작한 수납장에는 레일을 달아 겹겹이 수납할 수 있게 했다.
2 요즘 드럼 치는 것에 푹 빠져 있는 그는 녹음실은 차음성을 고려해 플로팅 구조로 설계했다.
3 애견과 보내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다.
4 녹음실이 자리한 2층에는 손님들을 위해 벽에서 내려오는 접이식 침대를 만들었다.

오랜 세월 일관되게 이어온 취미와 취향을 바탕으로 꾸민 집과 아트 피스는 과거와 현재의 자연스러운 조우를 이끌어내고 있다. 어린 시절 미술학도로서의 못다 이룬 꿈은 집 안 곳곳에서 미지의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


경쾌한 레트로 포인트를 준 복도와 주방. 잉고 마우러의 금색 조명을 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에디터: 박명주
포토그래퍼: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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