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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집 인테리어 감각을 키우다 본문

하우스 리뷰

전셋집 인테리어 감각을 키우다

엔터PR 2024-12-17

웬만해서 내 집을 갖기가 어렵다 보니 전세살이 기간이 길어진다. 전세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임대 방식인데 인테리어에 관련한 임대인과 세입자 간의 세부 약속은 없다. 기본적으로 못질하면 안 된다는 식의 관례를 사람들이 상식처럼 따를 뿐이다. 전세살이를 싫어만 말고 언젠가 내 집을 갖게 되었을 때 필요한 인테리어 감각을 연습하는 기회로 삼아 집을 꾸며본다.


◆ about 전셋집

내 집 또는 오래 살 집이라는 마음이 들지 않다 보니 전셋집의 인테리어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적응하며 사는 게 일반적이다. 큰돈을 들이자니 아깝고 그냥 살자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상황이라 사는 동안 스트레스가 크다.


포기해라

전셋집은 내 집이 아니라 큰돈 들여 고치거나 꾸미는 건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사는 동안 만족감을 느끼고 싶고, 혹은 오랫동안 살 계획이라면 결정을 해야 한다. 앞으로 살 기간만 고려해 최소한의 비용을 들일 건지, 아니면 재사용이 가능한 살림살이 위주로 취향에 맞는 걸 제대로 사서 쓰다가 가지고 이사를 갈 것인지의 여부다. 아마도 집의 틀을 구성하는 부분에는 돈을 줄이고, 나중에 가지고 갈 부분에는 지갑을 활짝 열게 될 것이다. 물론 내 집이 생겼을 때를 기다리며 버티기 작전을 쓸 수도 있다.

구조 변경 같은 큰 공사는 확실히 포기하고 대안을 찾자. 예를 들어 베란다 공간까지 넓게 활용하고 싶은데 확장하지 않은 집이라면, 거실 바닥재와 비슷한 컬러의 인조 마루를 깔아 실내 공간을 연장한 듯한 효과를 노린다. 커다란 베란다 창문이 가로막고 있지만 시각적으로 확장한 느낌을 주고, 실질적으로 공간 활용도가 높다. 인조 마루는 물에 강해 욕실에서 많이 쓰인다. 욕실의 바닥 타일이 지저분하다면 일부분에 인조 마루를 깔아 건식 욕실을 연출한다. 공사할 필요가 없고 이사 갈 때 원래대로 복구하기도 편하다.

벽지를 바꾸거나 벽에 페인팅을 할 수 없는 전셋집이라면 시트지가 아쉬운 마음을 달래준다. 공간의 포인트가 될 시트지를 벽에 부착해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다. 나중에 떼어도 표시가 나지 않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 아이템이다. 시트지는 창문틀, 일명 섀시 부분에 사용해도 좋다. 단, 벽과 달리 떼어낸 자국이 남을 수 있으므로 드라이어로 뜨거운 바람을 쐰 다음에 뗀다. 못 박기는 미련 없이 포기하자. 액자는 미술 전시장에서 이용하는 와이어걸이로 못 없이 걸 수 있다. 몰딩 부분에 작은 구멍만 내면 부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벽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것마저 부담스럽다면 가볍고 활용도가 높아 인기인 샌드위치 프레임을 구입해 압정이나 양면테이프로 벽에 부착한다.

비용 부담과 혹시 모를 집주인과의 분쟁을 차단하고 자신이 원하는 인테리어 효과를 내기 위한 대안만 찾는다면 사는 동안 전셋집은 곧 내 집과 다를 바 없다.


고집해라

쾌적한 공간이 사람에게 주는 이로움은 단지 위생적인 면만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셋집이라도 기본은 갖추고 살아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없다. 집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하는 건 단연 벽지와 바닥재. 현재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약간의 비용을 투자한다. 대부분의 전셋집 주인은 그 부분은 나 몰라라 하므로 기대하지는 말자. 단, 2년 혹은 그 이상 살고 난 다음 본전이 생각나지 않도록 그 집에서의 생활을 행복하게 꾸리면 된다.

벽지의 경우 실크가 아닌 코팅 종이라면 가격 부담이 덜하다. 표면 처리가 되어 일반 종이 벽지보다는 내구성이 뛰어나다. 벽지는 밝고 연한 컬러로 공간이 넓어 보이게 하거나 잔잔한 패턴이 있는 것으로 아늑한 느낌을 더한다. 벽면이 고르지 않으면 패턴이 큰 벽지를 발라 단점을 커버할 수도 있다. 바닥재를 바꾸고 싶다면 때가 덜 타고 잘 긁히지 않고 컬러도 다양해 선택 폭이 넓은 데코 타일이 적당하다. 원목이나 강화마루는 가격이 비싸 부담스럽고 장판이라 부르는 PVC는 인테리어 연출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만약 떼어갈 수도 없는 부분에 돈 쓰기가 아깝다면 조명과 한두 가지 소품에 집중한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스타일을 연출할 때 조명은 여자의 구두나 가방처럼 화룡정점의 효과를 준다. 기존 전등과 교체만 하면 되는데 간접등을 잘 활용하면 낡은 벽지나 바닥재를 커버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소품은 포인트가 될 벽시계나 멋진 그림 한 점이 어떨까? 벽에 걸지 않고 가구 위에 올리거나 벽에 기대어 바닥에 두기만 해도 공간이 훨씬 고급스러워진다.

전셋집으로 이사하면서 가구를 사야 할 경우에는 기존 가구 스타일과 반드시 통일시키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기존 가구와 상반되는 디자인이나 컬러가 공간 분위기를 180도 바꿔 평범했던 전셋집이 스타일리시하게 변한다.

 

 

사진: 정민우 | 스타일리스트: 최혜민 | 어시스트: 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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