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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로 사랑과 이별을 하는 캘리그래퍼 공병각의 작업실 본문

하우스 리뷰

손글씨로 사랑과 이별을 하는 캘리그래퍼 공병각의 작업실

엔터PR 2024-04-15
특유의 심플한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해 가수들의 앨범 재킷 디자인, 기업의 디자인 디렉팅 등 다양한 아트 작업을 소화하고 있는 캘리그래퍼 공병각. 여섯 권의 저서를 낸 작가이자 손글씨를 쓰는 캘리그래퍼라는 직업을 가진 공병각의 작업실은 그의 창의성, 감각을 탐하려는 이들로 끊임없이 북적인다.


「잘 지내니? 한때, 나의 전부였던 사람」, 「전할 수 없는 이야기」에 이어 얼마 전 발표한 신간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까지 사랑과 이별에 관한 간결하면서도 미세한 감정의 떨림까지 놓치지 않는 글귀와 감정을 담아 디자인한 그의 글씨에는 다양한 표정까지 담겨 있는 듯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놀이터이길 원했다. 작업을 할 수 있는 긴 테이블 타입의 책상, '내 새끼'라 표현해 마지않는 수많은 베어브릭들, 곳곳에 붙여둔 작업물, 필기도구 그리고 개인 침실까지. 높은 천장이 유럽의 스튜디오를 연상시키는 30평 남짓한 그의 작업실에는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이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평범한 책장에 공병각의 글씨와 캐릭터 토이가 얹어지니 그 자체로 훌륭한 인테리어 효과를 낸다. 아무렇게나 꽂힌 책마저 그처럼 시크해 보인다.

CF 광고, 앨범 재킷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독특한 필체의 '손글씨'로 활동하고 있는 캘리그래퍼이자 작가 그리고 디자인 회사인 마이네임즈 디자이너의 대표인 공병각의 작업실은 이름만으로도 세상의 운치를 다 가진 것만 같은 남산 소월길에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작업실을 방문하기 전 그가 보내준 사진을 먼저 봤을 때, 대체 서울 어디에 이런 공간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기에 충분했다. 왠지 강남은 아닐 것 같다는 에디터의 직감은 들어맞았고, "소월길 초입에 있다"라는 그의 설명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은 그의 감성과 지역의 느낌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성인 놀이터'라는 컨셉트에 꼭 들어맞는 공간은 강남보다는 소월길 자락과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건 꼭 에디터만의 편견은 아닐 터. 신사동이나 압구정동을 주로 오가던 그가 소월길 초입의 이태원으로 터를 옮긴 건 벌써 5년 전이다.


벽이나 문 대신 오픈형 책장으로 작업실과 침실을 자연스럽게 구분했다. '따로 또 같이'를 보여주는 공간 연출법. 이 책장에는 사진, 캐릭터 토이 등으로 장식해 수납과 장식을 동시에 해결했다.

지금이야 경리단, 제일기획을 주변으로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모여들고 있지만, '디자인 작업'이라고 하면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그 당시에는 이곳이 지역적으로 생경했다. 하지만 바로 앞에 남산이 있고 강남에 비해 덜 번잡스러운데다 옛것이 많이 남아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단다. 그런 의미에서 공병각은 디자이너들을 남산 자락으로 모여들게 한 선구자쯤으로 정의해도 맞을 듯하다.


입구에서 바라본 작업실의 전경. 높은 천장에는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조명을 달았고, 공간 곳곳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채워 넣었다. 나무를 덧댄 벽에 화이트 컬러의 페인팅으로 마감 해 가구와 소품들이 늘어져 있어도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작업실 겸 주거 공간으로 사용 중인 이곳에 들어서면 입구 왼쪽에 배치한 홈바 스타일의 주방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간다.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라는 컨셉트에 맞게 처음에는 술과 간단한 안주, 커피 정도를 조제하려고 만든 공간이었지만, 이곳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주방의 모습을 갖춰나가게 됐다고 한다. 냉장고는 기본, 고기를 구울 수 있는 그릴과 오븐까지 들이게 된 것. 주방 수납은 그가 좋아하는 와인 박스를 켜켜이 쌓는 것으로 해결했는데, 그 자체로 인테리어 오브제가 됐다. 주방을 지나면 그의 메인 작업대가 나온다. 빈티지한 느낌의 목재로 제작한 긴 책상엔 컴퓨터와 노트, 필통 안에 가득 담긴 연필, 펜, 색연필이 정갈하게 정리돼 있다.


홈바를 설치한 주방은 와인 박스를 이용, 그 자체로 데커레이션이 되는 오픈 수납의 기술을 보여준다. 양문형 냉장고 문은 사진, 메모지 등을 붙여두는 데코 월로 사용 중이다.

오픈형 책장 뒤엔 침대, 옷장 대용 캐비닛, 그 옆에 가방과 신발이 자연스럽게 널브러진 공병각만의 공간이 나타난다. 공적인 공간에서 사적인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공간 구성으로 작업실과 집을 한 곳에 구현해냈다. 사실 작업실과 집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이곳의 전신은 바닥에 철제 슬레이트가 깔린 공간이었다고 한다. 대대적인 개조를 하리라 마음먹은 뒤 바닥을 일일이 뜯어내고 에폭시를 발라가며 마감을 하는 '막노동'에 그의 '감각'을 더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이렇게 해서 비로소 디자인 공간의 모습을 갖춘 그의 작업실이 재탄생됐다.


평소 갖고 싶었던 빈티지한 나무 소재의 긴 책상은 그가 직접 디자인하고 맞춤 공방에서 제작해 완성한 것. 작업할 때는 책상으로, 미팅할 때는 접대 테이블로 사용 중이다. 두꺼운 상판을 사다리꼴의 철제 프레임이 든든하게 받쳐준다.


사다리를 장식장으로 변모시킨 공병각의 센스가 돋보인다. 그의 공간 스타일링 노하우는 가공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지닌 오브제의 맛을 살려내는 것. 무질서해 보이지만 비슷한 종류의 아이템을 한데 모으는, 나름의 질서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연히 빈티지 가구이겠거니 했는데 자세히 보니 빈티지한 원형 탁자 위에 와인 박스와 패널을 쌓아 올린 공병각표 DIY가구다. 보물 1호에 이런 공간쯤은 마련해줘야 한다는 게 캐릭터 토이를 대하는 그의 자세다.


국내에 오직 다섯 명만 가지고 있다는 레드 컬러 베어브릭. 100% 인터내셔널 러브 하트로, 다섯 명 중 한 명은 빅뱅의 탑, 또 한 명은 공병각이다.


그의 유일한 취미이자 기쁨은 아트 토이를 사 모으는 일. 그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베어브릭이고, 픽사의 캐릭터 토이 또한 그의 페이버릿 아이템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공병각을 지켜주는 친구들이라고.


<■진행 / 박솔잎 기자 ■사진 / 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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